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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 쓰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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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우영
- 2017-11-10
- 조회수 380
[김우영 작가의 문화산책] 사랑이 쓰러졌다!
김우영 작가·대전중구문학회 회장 2017년 11월 06일(금)
'휘리릭?휘리릭? 늦가을 찬바람이 마지막 남은 감나무 잎새로 시나브로 다가서더니 기어히 마지막 남은 홍시감 하나 툭- 하고/ 힘 없이 떨어진다 얼마 전 오색단풍에 쌓여 건강한 생명력을 보이더니 힘없이 호홉 다한 듯 마당 귀퉁이에 툭하고 떨어졌다 답답한 맘 달래려 병원 앞 콩나물식당에 들렀다 주모, 여기 소금보다 짜고 눈물보다 더 쓰다는 막걸리 한 되 주시오! 그리고 오늘 술값은 외상이오 휘리릭? 휘리릭? 늦가을 찬바람이 참으로 서럽게 서럽게도 가슴을 뉘이며 눈물 강으로 지나간다 -자작시 '사랑이 쓰러졌다' 全文 지난주 찬바람이 골목길을 뉘이더니 기어히 마지막 남아있는 잎새 위 홍시감을 떨어트리며 '사랑'을 쓰러트렸다. 당황함과 슬픔을 억누를 길 없이 눈물이 주르륵 주르륵 흐른다. 아! 이를 어쩌랴…? 지난 1982년 그러니까 지금으로 부터 35년 전 사랑이를 만났다. 학교를 막 졸업한 단말머리를 만나 철없이 서울 성북구 월계동에 오붓한 신혼의 삶 둥지를 틀었다. 세모진 월세방 밥상 대신 신문지를 방바닥에 깔고 밥 한 술 뜨고는 우리는 집 앞 낙엽 떨어진 둑길을 걷곤 했다. 손을 잡고 걸으며 시인 '구르몽'의 시 '낙엽'을 낭송하곤 했다. 시몬, 나무 잎새 떨어진 숲으로 가자 낙엽은 이끼와 돌과 오솔길을 덮고 있다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 낙엽 빛깔은 정답고 모양은 쓸쓸하다 낙엽은 버림받고 땅위에 흩어져 있다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 해질 무렵 낙엽 모양은 쓸쓸하다 바람에 흩어지며 낙엽은 상냥히 외친다 -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中略)' 꿈만 같았던 신혼의 세월 1년여만에 우리 닮은 첫 공주를 얻었다. 그로부터 둘째 공주와 왕자를 얻어 든든한 삼겹을 포함 다섯 가지가 오붓하게 살았다. 비록 가진 것 없는 가난한 셋방에서 오손도손 살아왔다. 사는 형편이야 궁색하지만 나름데로 가난한 날들 행복한 35년의 보금자리였다. 본디 욕심없이 풍류를 즐기던 필객(筆客)으로 주유천하를 일삼으며 풍미하는 사이에 사랑이는 외로움과 고독함, 그리고 세 가지를 보듬고 키우느라고 피골이 상접하여 가난에 찌들어 갔다. 흐르는 세월따라 어리기만했던 세 가지는 벌써 그리 성장하여 배필을 만났다. 한 가정, 한 가정 좋은 짝을 만나 저마다 보금자리를 보듬으며 이제 다정한 행진곡을 연출하나 싶었는데 이게 웬일인가? '사랑이 쓰러지다니…?' 차라니 죄 많은 이내 몸을 뉘어야지? 어찌 그리도 호박잎처럼 여리고, 민들레처럼 착한 사랑이를 쓰러트린단 말인가? 아직 살아갈 날이 좁쌀보다 많고, 고운 노래소리로 주변을 행복하게 해야 할 날이 그리도 많은데 말이오? 내일은 불같이 일어나는 청운의 뜻이 담긴 이 영산홍 꽃을 사랑이 머리맡에 놓아주자. 그리하여 얼른 불같이 일어나도록, 저 화려한 영산홍으로 환하게 안겨주자. 사랑이여! 내 사랑이여 여기 안달래 반달래 이 가지 저 가지 노가지나무 진달래 왜철쭉 한 아름 바치노니 불 같이 일어나거라! 모란 작약 철쭉을 세우(勢友)라! 화목구품(花木九品)중 이등품 세종 때 강희연이 이르던 꽃이요. 사랑이여, 내 사랑이여 그대는 사랑 중에 으뜸 내 사랑이라오!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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