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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더위 사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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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병욱
- 2016-07-30
- 조회수 333
한 더위 사냥
사람들은 말한다. ' 서민들이 살기에는 추운 날 보다는 더운 날씨가 더 좋다' 고
하지만 요지음은 지구 온난화로 겨울은 덜 춥고 더 짦아지고 있으며 여름은 더 덥고 길어지고 있는것이 현실이다 보니 하루하루 생계를 걱정 해야하는 어려운 이웃 사람들이 그 흔한 선풍기도 에어컨도 변변치 않은 무더운 여름을 나기란 추운 겨울 날씨 보다도 더 어려운 것이 아닌가 느껴진다.
우리나라에 여름은 매년 유월초 부터 시작해서 구월초 끝나는 것이 지난 날의 통례였으나 최근에는 오월 중에도 더위가 찾아 오는 것을 보면 옛날 보다는 한달 이상 여름이 길어진것을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인간은 무척 영특하고 자기 편의적으로 살아가면서 각자의 느낌을 스스럼없이 말하고 표정짓고 또 행동하기도 한다.
여름이오면 더워지는 것은 자연의 순리 이거늘 더위를 놓고도 여름이 한창 일때의 더위를 한더위, 삼복 기간 중의 더위는 삼복더위. 습도가 높아 찌는 듯한 더위는 무더위. 가마솥을 달굴 때처럼 느껴지는 더위는 가마솥더위. 뜨거운 김을 쬐는 듯한 더위는 짐통더위 라고 한다.
한반도의 기후는 이제 아한대에서 아열대 날씨로 변해가고 있음을 여러 곳에서 감지되고 있는데 사과나 귤등 과일류가 예날 보다는 훨씬 북쪽 지방에서 재배 할 수 있고 한류 어종인 명태. 꽁치. 정어리 등이 동해안에서 거의 살아지고 있는 것에서 알 수 있다.
점점 더워지고 있는 이 무더위를 우리는 어떻게 이겨내고 있는가?
몇십년 전만 해도 에어콘. 냉장고란 말은 들어보지도 못 했었다.
여름이 되면 서민들은 으래 삼베중의적삼이나 부자집은 모시 바지 저고리를 입었고 밀집모자나 아니면 부채를 들고 동구밖 느티나무 그늘에 앉아서 장기. 바둑을 두면서 더위를 잊으려 했다. 내 고향 마을에는 우리 집 바로 곁에 연중 마르지 않는 샘물이 있다. 이 샘물은 물 맛도 일품이지만 '암반수' 라 물 온도가 일정하게 유지되는 관계로 여름에는 무척 차갑고 겨울에는 따듯한 느낌을 준다.
논밭에서 일하다 땀이 비오듯 하던 사람도 웃 옷을 벗고 등목을 하면 연속 세 바가지를 견디는 사람이 거의 없이 몸서리 칠 정도로 물이 차다.
그래서 이 샘 이름이 "찬샘물" 이다. 등목을 하고나면 샘물에 발을 담근다. 그런데 너무 발이 시려워 단 십여초도 견디지 못하고 나와야 한다.
여름의 진면목은 원두막에 올라 앉아 시원한 수박이나 참외를 깎아 먹어보는 것이다. 원두막 주인은 미리 수박과 참외를 따서 차가운 샘물에 넣어놓았다가 손님이 찾아오면 이것을 가져다가 썰어 주는데 그 시원한 맛이야 두 사람이 먹다가 하나 죽어도 모를 정도로 맛이 좋다.
원두막은 아무리 더운 날도 올라가 앉아 있으면 없던 바람도 불어오고 귓전을 울려주는 처연한 매미 소리를 듣다 보면 피곤한 몸은 어느 새 오수에 빠져들어 한 낮에 꿈나라 속에서 달콤한 망중한을 맛 보기도 한다.
이런 때에 어디선가' 아이스케끼' 장수가 나타나서 온 동네가 떠나 가도록 '아이스케끼. 아이스케끼 사려! 를 외치고 다니면 이집 저집에서 쌀. 보리쌀을 바가지로 퍼다가 주고는 시원한 너무도 시원한 얼음 과자를 사 먹던 그 순간은 빼놓을 수 없는 달콤하고 즐거운 시간이였다.
삼계탕은 여름 보양식으로 부잣집 먹거리인 반면에 서민들이 즐기는 보양식은 멍멍이 개장국이였다.
초등학교 다니닐 때 집에서 키우던 누렁이는 학교 갔다가 돌아오면 내게 달려 와 반갑다고 꼬리치고 엉엉거리고 온갖 아양을 떨던 소중한 내 친구 였는데 어느 날 집에 가 보니 누렁이가 보이질 않고 고기 삶는 냄새가 코를 찔러서 알아보니 여름철 가족들 몸 보신하려고 그 귀엽고 사랑스럽고 친밀감이 넘치던 누렁이를 잡았다는 말을 듣고 한동안 나는 얼마나 울었는지 모른다. 그러나 수 천년간 농경생활을 해온 한 민족은 여름철만 되면 멍멍이를 잡아서 몸 보신을 해온 오랜 전통을 갖고 있다는 것을 알고 난 후로 그 당시의 내 인식도 긍정적인 방향으로 많이 바뀌었다.
한 민족의 식생활 문화는 농경생활과 밀접하고 유목민의 생활을 이어온 서구 사람들과는 서로가 같을 수가 없다고 본다.
그런데도 서구인들의 입맛에 따라 멍멍이를 식용으로 한다고 우리보고 멍멍이 식용 금지와 야만인 취급을 하는 것은 합리적인 태도라고 보기 어렵다고 본다.
농촌에는 밤만 되면 모기가 너무 많아 마당 한가운데 왕겨로 모닥불을 피워 놓고 모기를 쫒아 내는데 이때 가족들이 멍석을 펴고 둘러앉아 통통하게 살찐 노릇노릇한 옥수수를 쪄서 도란도란 이야기하며 먹던 추억은 아직도 기억속의 한자락을 찾이한 채 아련히 남아 있다.
그런데 요지음은 더위사냥을 위한 피서법이 사뭇 다르다 .
인간의 삶의 질을 개선하기위한 과학기술문명의 발전에 따라 에어콘이 등장하면서 삼복 더위에도 집안이나 사무실에서 시원한 여름을 보낼 수 있으니 지난날의 어려움을 잘 알지 못하는 세대들은 그 고마움을 제대로 실감하기에는 다소 어려움이 있을 듯 하다.
더위가 막바지에 다다르는 칠월말 팔월초가 되면 피서객들은 해변가 모래밭 해수욕장을 찾거나 시원한 계곡을 찾는사람들이 대다수라고 하겠다.
피서객이 운집하는 유명 해수욕장과 계곡은 연중 가장큰 시름을 겪어야 만하는 수난의 시기 이지만 사람들의 이기심과 북적거림을 참아내며 계절이 바뀌기만을 무언으로 항변하고 있다는 느낌을 감출 수가 없다.
많은 세월이 흘렀어도 선풍기는 피서를 극복 하는 필수적인 도구 중 하나이지만 옛 사람들이 더위를 이겨내려고 부채를 즐겨 찾는 사람은 많지 않다고 본다.
열대야는 여름을 이겨내는데 가장 힘겨운 일로 수면을 제대로 취할 수없어 건강을 해칠가 염려되기 때문이다. 남도지역 사람들은 죽부인을 안고서 열대야를 넘긴다고 하는데 그렇게 시원하다고 하지만 아직 나는 경험을 해보지 않아서 그 느낌이 제대로 와 닿지 않는다..
지난번에 대전역 지하 상가에서 조선후기 혜원 신윤복(1758- ?)이 그린 풍속화가 멋드러진 접이식 부채를 하나 사가지고 냇가나 교정을 산책할 때 가지고 다니면서 걸어 가다가 아니면 벤취에 앉아서 부쳐보지만 에어콘 등에 면역이 되어서 그런지 그다지 시원하질 않았다.
그렇지만 아무리 부쳐도 별로 큰 돈 들이지 않고사용할 수가 있으니 환경오염 방지의 조그마한 실천을한다는 생각과 옛 선조들의 피서법의 멋과 풍류의 묘미를 더듬어 보려고 올 여름이 지나 갈 때 까지 부채는 피서의 반려자가 되여 줄 것임에 고마운 생각이 든다.
올 여름은 비도 적절히 내렸고 햇살도 좋아 풍작이 들것으로 예상되어 오늘 점심은 친구들과 여름 별미인 ' 냉콩국수 ' 팥빙수'를 들면서 한여름 더위를 달래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