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공무원협동조합

관련사이트이동

퇴직공무원협동조합

지역사회에 공헌하고 이웃과 나눔을 실천하는

퇴직공무원협동조합

이웃사촌
  • 조병욱
  • 2016-07-14
  • 조회수 470
이웃사촌
고향을 떠나 도시에 살고 있는 많은 사람들은 날이 갈수록 인정이 메말라 가고 있음을 안타까워하면서도 사람 살아가는 세상이 바뀌어 으레 그럴 연()하며 무관심한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각박한 세상이지만 이웃에 사는 사람들끼리 인사도 하고 정도 나누면서 알콩달콩 하루하루 정겹게 살아가고 있는 곳도 이곳저곳에서 입소문으로 들려오기도 한다.
내게는 역마살이 끼였는지 초등학교를 마치고 외지에 나와 하숙 생활을 했고 사회로 진출 후에도 충청, 경기, 서울 등지를 떠돌다가 대전에 내려 온지 이십여 년이 흘렀다.
그동안 이사를 하도 많이 다녀 주민등록 주소 난은 두 장이나 갈아 치웠다.
서울에 살다가 직장 따라 내려 온 것이 강산이 두어 번 지나 이제는 은퇴하여 이곳이
내 삶의 터전이 되고 말았다.
어릴 적에 살던 고향을 명절이나 벌초 때 이 따끔 찾아가 보면 내가 아는 사람들보다도 모르는 사람들이 훨씬 많은 것을 보노라면 서글픔마저 느껴지고 이곳이 내가 태여 나고 자란 곳인가 의아해 하기도 한다. 내 고향은 무척이나 외진 두메산골 이다. 그래도 동네 사람들과의 도타운 정은 남달랐는데 타향살이 가 몇 년도 아니고 수십 년 흘렀으니 고향도 나도 그렇게 변해버린 것이다. 문득 타향살이 몇 해던가 손꼽아 세어보니하면서 구성지게 불러주던 가수 고 복수(1911-77) 의 애듯한 목소리가 귓전을 멤 돈다.
타향에서 살아간다는 것은 외로움과 서러움을 감내하면서 나름대로의 살아가는 방법을 터득해야 이웃 사람들로부터 조금씩 가슴을 열어 인정을 받게 되고 더불어 공동체 일원이 되는 것이다.
내가 살고 있는 아파트는 삼십여 년이 지난 오래된 건물이지만 정감이 흐르고 그래서 그런지 이곳 사람들은 한번 이사를 오면 떠나지 않고 오래도록 사는 사람들이 많아 엘리베이터에서 자주 만나면 다정스레 인사를 나누면서 몇 층에 누가 살고 있다는 것을 자연스레 알게 되었다.
나는 몇 년 전에 이웃 사람들과 살갑게 살면서 정도 나누고파 내 집을 사랑방처럼 개방하여 누구나 오셔서 차 한 잔 마시며 살아온 이야기 아니면 살아가는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주고 받다보니 스스럼없는 사이가 된 사람들이 몇 분 계신다. 그 중에는 서울. 제천. 대구 등지에서 오셨는데 연령도 비슷하고 생각하는 것도 별반 다르지 않아 더욱 친숙한 사이가 되었다.
아파트 현관 벨이 울리면 얼른 일어나 문을 열어 주는데 물김치를 담았다고 한 그릇 가져오시고 , 갑자기 손님이 오셨다고 밥 한 그릇을 얻어 가기도하고, 정수기 물을 받아 가기도한다. 그리고 기분 좋은 날은 누군가 점심을 사겠다며 외식을 나가기도 한다.
비가 내리는 날이면 호박이나 부추 등을 넣고 노릇노릇하게 전을 부쳐 달콤한 막걸리 한잔을 들어 건배하면서 남편과 자식들이야기나 동기간 집을 방문해서 있었던 일, 그리고 손주들 재롱 등이 화제가 되는데 아기자기한 내용을 듣고 있던 이웃 집 어린 아기가 할머니들 대화중에 형님! 이라고 부르는 것을 보고 따라서 할머니들을 보고 형님! 이라고 부르면 모두가 박장대소를 하고 배꼽을 쥐면서 깔깔 웃느라 방안은 한동안 시끌벅적하다 .
시장을 갈 때도 같이 가고 바쁠 때면 대신 장을 보아 주기도 한다. 외출했을 때 택배가 오면 물건을 받아주고, 한동안 집을 비워 둘 때는 신문 등을 치워 주신다.
봄이 되어 파릇파릇한 싹이 돋아나면 대청호반으로 쑥을 뜯으러 나간다. 쑥을 뜯으러 가는 날은 소풍가는 날이다. 집집마다 맛있는 밥과 반찬을 만들어 가지고 신바람 나게 달려가 밭 뚝 아니면 과수원에 지천으로 돋아 오른 쑥을 뜯다보면 털이 보송보송하고 통통한 참쑥을 만날 때가 보물을 만난 것처럼 기분이 좋다. 한참을 말없이 뜯다가 조금 힘이 들고 시장기가 돌때 각자 가지고온 도시락을 꺼내 놓는다. 그러면 어느새 한정식 뷔페식당을 방불케 할 정도로 반찬 가지 수도 많고 맛도 일품이다. 앞에는 대청호반의 파란 물과 갓 돋아난 연두 빛 수양버들은 생동감 넘치는 한 폭의 산수화처럼 수려하고 벚꽃이 흐드러지게 핀 나무그늘 아래 살랑 스치는 바람은 백설이 휘날리듯 꽃잎이 어지럽게 나부낀다. 꽃비를 맞으며 앉아 있노라면 물아일체 (物我一體)가 된 듯 중국 진나라 도연명(365-427)의 무릉도원에 내가 와 있지 않나 하는 무아경( 無我境)에 취하기도 한다.
쑥을 다 뜯고 나면 모든 쑥을 내놓고 떡잎과 뿌리 그리고 티끌 등을 떼어내 다듬어서 돌아온다. 물에 깨끗이 씻은 쑥은 그늘에 이삼일 말린 다음 냉장고에 넣어 두고 쑥국을 끓여 먹기도 하고 쑥떡을 해 먹기도 하는데 이집 저집 마다 떡을 했다고 가져 오고 쑥전을 붙였다고 가져와 그윽한 쑥 향기는 새 봄의 입맛을 북돋아 주기에 더 할 나위 없다.
쑥에는 우리 몸을 덥게 해주는 성분이 많아 수족냉증이 있는 사람에 좋고 산후조리중이거나 생리통이 심한 여성들에 효험이 있음은 물론 소화기능을 강화 시켜주며 양질의 섬유질이 다량 함유되어 있어 장의 연동운동을 촉진하고 변비개선과 고혈압. 암등을 예방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파란 하늘에 뭉게구름 흘러가는 화창한 날은 집에만 있기에는 너무도 아쉬워 대둔산 삼림욕장과 공주 공산성, 무령왕 능. 부여 낙화암, 궁남지 등을 찾아보면서 찬란했던 백제 문화에 흠뻑 빠져본다.
어느 날은 아내가 몹시도 아파서 아무것도 먹지를 못하게 되자 병문안을 오고 누룽지로 구수한 죽을 끓여 가져와 그 죽을 먹고서 입맛을 되찾았고 며칠 후 병도 다 나았다.
사람은 누구나 혼자서는 살아가기 힘들다. 그리스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BC384-322)
"인간은 사회적동물이다라고 설파했다. 그렇다. 인간은 사람과 사람들이 한데 어울려 더불어 살아 갈 때 즐겁고 기쁜 일은 그 기쁨이 배가 되고, 외롭고 힘든 일은 서로 보듬어 주고 격려해 줄 때 그 만큼 홀가분해 지기 마련이다. 내 이웃사람들은 타관 객지에서 만나 피 한 방울 나누지 않았지만 피 붓이 못지않은 끈끈한 인간관계와 도타운 정을 나누고 살아가는 참다운이웃사촌들이 아닐 가 한다. 타향도 정이 들면 고향이라고 ?
붉게 물들어가는 석양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두고 온 내 고향 저 하늘가 아래에는 해맑게 웃음 지으며 인사를 나누고 정겨움이 넘쳐흐르던 그리운 고향 사람들의 얼굴이 아련한데 지금은 어디서 무엇을 하며 어떻게 살고 있을까? 기나긴 세월이 흐른 만큼이나 주름진 그 얼굴들이 그립구나!
    
        수필가    유석   조병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