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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록의 계절 5월을 맞이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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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수룡
- 2014-05-08
- 조회수 725
신록의 계절 5월을 맞이하며
月峯/최수룡
‘4월은 가장 잔인한 달’이라고 시작하는 T.S 엘리어트의 ‘황무지’란 시가 있다.
이 작품은 1922년 발표된 신화와 전설이 살아있는 작품으로 정신적 황폐, 재생이 거부된 죽음 등 불모를 암시하고 있다. 1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영국 시인 엘리어트는 ‘4월은 가장 잔인한 달, 죽은 땅에서 라일락을 키워내고 잠든 뿌리를 봄비로 깨운다. 차라리 겨울은 오히려 따뜻했다’라고 시를 썼다.
어이없이 어른들의 어리석음으로 바다에 수장이 돼 아름다움을 피우지 못한 채 저 세상으로 가버린 아이들의 소리 없는 아우성이 울려퍼진 올 4월은 우리 국민들에게 그야말로 ‘가장 잔인한 달’이 돼 버렸다.
요즘 대한민국에서 사는 것이 참 무섭다는 사람들이 많다. 어른들은 삼풍백화점과 성수대교에서 목숨을 잃었고, 어린이들은 부실한 수련원에서, 중·고교생들은 수학여행과 해병대 캠프에서, 대학생들은 신입생 환영 행사에서 목숨을 잃었으니 결코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지금 대한민국 국민 모두 죄인이 된 기분이다. 아무 것도 손에 잡히지 않고 밤에 잠도 이룰 수 없다. 눈만 뜨면 숨져간 어린 학생들이 불쌍해 그저 눈물만 난다. 어른들의 말을 너무 잘 들어 희생된 착한 학생들 때문이다. “그 자리에 꼼짝 말고 있어라, 그래야 안전하다”를 외치는 어른들의 말에 학생들은 가라앉는 배 안에 그대로 있다가 목숨을 잃었으니 얼마나 원통하고 안타까운 일인가.
그동안 기초가 부실하면 큰 재앙을 초래한다는 것을 우리는 많이 봐왔다. 기초 자체는 복잡한 것도 아니고 힘이 많이 드는 것도 아니다. 그런데도 그 기초를 등한시해 엄청난 재앙을 초래한 사례는 수도 없이 많았다. 학교 앞 횡단보도에서의 교통사고가 그랬고, 대구지하철 참사나 성수대고·삼풍백화점 붕괴, 씨랜드 청소년수련원 화재, 사설 해병대 캠프 고교생 사망, 경주 마우나오션리조트 붕괴 사고도 마찬가지였다. 아주 사소한 문제라 여겨 대충하거나 지켜야 할 안전 수칙을 지키지 않은 것이 대형 참사를 불러일으킨 것이다.
기초와 기본이 충실하게 이행되지 않는 것은 모두가 그런 것은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하고, 그 정도는 다 알고 있는 것으로 안이하게 인식하는데 그 원인이 있다. 기초·기본교육은 대부분 반복적인 연습을 통해 완전히 자동화되도록 각인돼 배운 것이 무의식적으로 행동으로 나오도록 해야 교육이 된 것이라 할 수 있다.
세월호 침몰사고에서 드러난 시스템의 난맥과 컨트롤타워 혼선 등 총체적 부실도 이 기초·기본을 충실히 지키지 않았기 때문에, 부처 간에 서로 기만하고 책임을 전가한 데 기인한다. 비정상이 정상으로 묵인되고 용납돼온 것은 어제 오늘의 문제가 아니다. 이것은 국가의 위기상황 대처에 엄청난 시행착오를 거치게 하면서 너무나 많은 대가를 지불하게 하고 있다.
기초·기본에 충실하기 위해선 가장 중요한 것이 교육이다. 초·중등학교 교육은 건전하고 유능한 민주시민으로서의 개인, 사회생활을 해 나가는데 있어 기본적으로 요구되는 지식·기능·태도·가치관을 신장하고, 나아가 심신의 조화있는 발달을 꾀하기 위한 기초교육이라 할 수 있다. 어찌 초·중등교육뿐이겠는가. 우리 국민 모두가 기초 질서생활은 물론이거니와 기본 안전수칙을 잘 지켜서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일은 다시는 없어야 할 것이다.
‘아! 싱그러운 아카시아 향이여…. 못다핀 학생들의 영전에 삼가 명복을 빈다.’